베트남 생활·육아·해외생활

베트남에도 봄이 있을까? 벚꽃 대신 찾아온 보랏빛 선물, 방랑꽃(Bằng lăng)

모자코 2026. 5. 7. 22:00

짙은 보랏빛을 뽐내는 방랑꽃(Bằng lăng)의 생생한 근접 촬영

 

보랏빛 ‘방랑꽃(Bằng lăng)’이 피면, 잠깐 한국의 봄이 생각난다

베트남에 처음 여행왔을 때, 여긴 동남아시아니깐 늘 지금처럼 덥겠지 생각했습니다. 

몇 년 살아보니, 베트남에도 분명 계절의 흐름 같은 순간이 있더라고요.

 

요즘 5월 초가 한국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순간입니다.

거리 가로수위로 흐드러지게 핀 보라빛 꽃 '방랑꽃(Bằng lăng)'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때입니다.

 

 

뭉게구름 핀 하노이 하늘 아래 흐드러진 방랑꽃 나무들

따뜻한 날씨와 함께 찾아오는 보랏빛 설렘 

한국의 벚꽃처럼 새하얗거나 분홍빛은 아니지만,방랑의 붉은듯 보랏빛은 베트남의 뜨거운 태양 아래 더욱 화려하게 보입니다.

 

이 꽃이 피면 베트남은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 준비를 합니다. 한국의 벚꽃 시즌보다 여기가 훨씬 덥지만, 반팔 옷차림으로 만나는 이 보랏빛 꽃은 묘하게 한국의 봄날을 닮았습니다.

 

바쁜 하노이의 도로 위에서 만나는 5월의 보랏빛 설렘

 매미 소리와 뿌연 구름사이에 잠시 엿보는 파란 하늘 

이맘때쯤 베트남의 하늘은 구름이 많아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끔 구름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이 엿보이고 그 햇살은 방랑꽃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국의 벛꽃 시즌과 달리, 베트남의 방랑꽃 시즌에는 매미 소리가 종종 들려옵니다.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웃긴 조합이지요.

보라색 꽃에 선선한 바람과 부슬부슬 안개비가 종종 내리는데 매미가 울고 있으니깐요. 

매미소리는 한국 감각에서는 거의 한여름 같은 소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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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꽃
선선한 바람과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
그리고 들려오는 매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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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베트남의 진짜 여름이 오면 오히려 매미 소리가 없습니다. 그때는 너무 뜨거워서 모기도 안보인답니다.

그러고 보면 베트남 여름은 '생물이 조용해지는 더위'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빌딩과 조화를 이루는 하노이의 보랏빛 가로수길

 가로수의 미학을 보여주는 계획된 보랏빛 설렘 

방랑꽃은 베트남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닙니다.

주로 하노이 도심의 잘 정돈된 가로수길에서 만날 수 있는 '선택된 풍경'이죠.

 

시골로 나가면 튤립 구근처럼 쉬이 심고 자라나는 바나나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초록 물결만 가득하지만, 도심의 가로수길에는 방랑꽃이 주인공이지요. 하노이 도심의 킴마(Kim Mã) 거리나 판딘풍(Phan Đình Phùng) 같은 계획된 가로수길에 집중되어 도시 미관용 '조경수'로 심어져 있답니다.

 

 

 방랑꽃 아래서 보랏빛 추억을 찍는 베트남인들 

베트남 문화에서 짙은 보라색은 "충절(Loylty)와 믿음"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은 학기가 한창이지만, 베트남 학년이 마무리되는 시기입니다.

 

정든 교정을 떠나는 학생들은 방랑꽃이 만개할 때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며 이별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이 꽃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졸업의 상징"이 되기도 한답니다.

한국의 벚꽃은 '시작과 셀렘'의 꽃이라면, 베트남의 방랑꽃은 '성장과 작별'의 꽃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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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벚꽃 : 시작과 설렘
베트남의 방랑꽃 : 성장과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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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지고 나면 곧바로 숨 막히는 무더위가 시작되듯, 아이들도 이 보랏빛 계절을 지나 뜨거운 사회의 한복판으로 나아갑니다.

 

 

방랑꽃이 질 때 찾아오는 무더위

제가 있는 하노이에서 방랑꽃은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피어 있는 단 3주 정도를 만끽할 수 있는 벚꽃처럼 짧은 시기입니다.

 

방랑꽃이 지면 베트남은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한여름을 맞이합니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매일의 연속.

소나기와 스콜이 잦아지는 이 시기는 방랑꽃의 아름다운 보라빛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하노이 도심 가로수길을 따라 활짝 핀 보랏빛 방랑꽃 풍경

 타국 생활의 소소한 위로 

베트남에서 살아가며 한국의 벚꽃이 그리울 때, 방랑꽃은 저에게 소소한 위로를 전해줍니다. 비록 한국의 벚꽃과는 모양도 색도 다르지만, 이 꽃이 선사하는 보랏빛 추억은 제 베트남 생활의 특별한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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